일상 이야기

새섬으로써의 한 학기 (1)

[감자] 2024. 7. 16. 02:54

이 글을 쓰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아니다. 그저 새섬으로써의 장하준의 주관적인 감정묘사 그리고 실패 일지일 수 있다.

사실 이 글을 지인이 읽어도 될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일단 우리 새새는 안된다. 아마 공개가 안 될 글일 수도 있다. 그저 한달이 지난 뒤,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서야 객관적인 평가가 그나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새섬을 고민하는 작년의 나 같은 사람들에게 한번쯤 다른 관점을 제시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모두가 하라고 하는 그 새섬 그들의 한 학기는 어땠을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작년 팀? 1학기 2학기 전부 팀 새내기들과 같은 방을 썼었다. 성민이랑 나랑만 둘이 유일하게 복학생이였고 그렇기에 팀에 더욱 진심으로 대했다.

팀 새내기들을 사랑해주려고 노력했고, 그럴때마다 돌아오는 스스로의 만족감이 좋았다. 학업적으로도 무난했고, 인간관계도 만족스러웠으며 자신감까지 붙어버린 상태. 내가 무엇을 도전해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자만했다.

많은 새섬들을 보며 이해를 못했다. 아니 이해를 안했다. 왜 새섬인데 저렇게 새내기들을 방치하지? 내가 새섬이면 자주 놀러다닐거 같았고, 내가 새섬을 안하면 누가 할까 싶었다.




정소혜, 1학년때부터 이름은 알았던 친구다.
동기 새내기의 친구자, 친구의 동기 새내기.
실제로 만나고 친해진건 2학기 중간 이후부터지 않을까 싶다. 이 친구를 제대로 아는 건 아니다. 6주차   쯤 같이 밥먹자고 연락이 왔고, 그 자리에서 새섬을 제의받았다.

걱정이 앞섰다. 내가 들은바 소혜는 엄청 좋은 친구란다. 성격도 이끌고 뭐 하는거 잘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3주간 고민했다. 무엇보다 중간고사 기간이였으니 끝나고 연락하기로 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먼저 연락해서 한번 보기로 했다. 나는 내 새내기들에게 공부하는 법, 그리고 신앙적인 부분에서 멘토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소혜 역시 생각이 깊고, 신앙적으로도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새섬을 하려는 생각이 진심이라고 느꼈다. 내가 바쁜것도 알고 이해해준다는 말 역시 감동이였다.

소혜랑은 그 이후로 급속도로 친해진 것 같았다. 물론 새섬 파트너로써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시간도 많았고, 아 그냥 많이 놀았다. 서로 장난도 많이 쳤고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가볍게 넘겼다.

이상하게도 너무 좋은 환경 같았다. 새새 말씀도 새새 찬양도 정하고, 기도로 준비했다. 매일 감사와 기도제목을 적으며 준비했다. 나는 아직 오지 않은 새내기들에게 학업적으로 방향성을 바로 잡아주고 싶었고, 신앙적아 멘토가 되어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노력했고 기도했다. 그러면서도 정소혜, 장하준인데 어떻게 새섬을 못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새내기가 부럽다, 너희라면 걱정 없다 등의 말을 들으며, 근거 없는 자만은 계속 커져갔다.




방학이 되었고, 새섬을 위해 돈을 아끼며 예습을 했다.  걱정도 있지만 최우선을 새내기로 두기로 생각했다. 우리 새섬만큼은 못하더라도 그 절반은 하려고 의지를 불태웠다. 방학에 소혜도 만나고, 정은 누나와 새섬 관련 이야기도 하면서 무료히 시간을 보내니 금방 워크샵 당일이었다.

스타트부터 좋지 못했다.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였다. 기차타고 캐리어 두개를 끌고 내려오는데 그 날 도착하기까지 우산을 기차에 두고 내렸고, 새 샴푸는 잃어버렸다. 당일이 되니 괜한 부담감이 조금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가 마냥 편한것만은 아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친정 가족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같이 레크레이션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하루동안의 RC 워크샵이였는데 금방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 하루의 시간이 매우 값졌다.

워크샵은 꽤나 즐거운 자리였던 것 같다. 새섬들끼리 새내기들이 오면 어떻게 대할지 깊은 대화를 가질 수 있었고, 많은 새섬들과 친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주변 다 생각이 깊었고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었다. 워낙 아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그리고 서로가 힘든걸 알았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친정조였던 오삼 불고기, 같이 치킨도 먹고 희재 생일축하도 해주고 세족식도 감동이였다. 많이 배워서 새내기들에게 많이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교육도 열심히 들었다. 춤도 열심히 따라했고 웃기게 췄다... 새내기들 연락처도 받았고 한명씩 연락 돌리며 이름을 보고 상상하고 기대했다.




한스트는 참 쉽지 않았다. 워크샵이 끝나고 다음날, 곧 한스트 첫날 처음한건 교통 패트롤이다. 5일간의 워크샵으로도 피곤했는데 쉴 틈은 없었다. 일을 마치고 좀 이따가 바로 새내기들 앞에서 춤을 춰야 한다고..!! 긴장 MAX였지만 열심히 준비했기에, 내 옆의 새내기들에게 최대로 정성스러운 하트를 준비했다..

뜨악 얘네가 내 새내기가 아니라고..? 허겁지겁 우리 애들 찾으러 다니기 대소동이 벌어졌다. 그리고 얼어붙어있는 우리 8명의 아이들을 찾았다. 그것이 첫만남이었다.

초긴장상태. 내가 새섬한테 배운건 3초 오디오 비면 그건 사고난거다! 라는것.. 계속 말했다. 무슨 말 했는지도 기억 안난다. 질문했고 말했고 질문했고 말했다. 긴장해서 그런지 한스트 밥 맛있었던거 같은데 잘 안들어갔다. 힘들었다. 그리고 모든 새섬이 마찬가지였다. 하루 밤나눔이 끝나면 소혜한테 낮은 목소리로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소혜는 둘째날부터 시크해진 것 같았다. 오늘로 7일째 강행군이다. 잠도 제대로 못잤을텐데 외부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새내기들 챙겨야 한다에 집중했고, 그러면서 소혜 힘들게 안하려고 노력했다. 다행인건 애들끼리 그래도 잘 맞는 양 보였고, 힘들지만 노력이 빛을 발하는 듯 했다.

쉴 틈 없이 레크레이션들과, 세족식, 명예 서약식, 수강신청 그리고 요한이 생일 케이크 사러 투썸도 빠르게 다녀와야했다. 목요일인가 금요일에는 혀에 혓바늘이 돋았고, 당장 다음주 월요일 1교시 전자회로.. 개강을 할 수 있을 몸 상태인지도 의문일 정도로 빡셌다. 소혜 분노 수치는 더 올라간 것처럼 보였고 지금 최대한 새내기들과 더 놀아주려고 계속 힘썼다.

그렇게 한스트가 끝났지만 이제 새섬으로써의 일이 시작이였다. 주말동안에는 한동 한바퀴 산책하면서 건물 알려주고 수업 어디로 가야하는지 짚어줬다. 천마지까지 걸어가서 닭칼국수도 먹었고, 몽불 족막 같은 필수 메인코스는 다 밟으려고 노력했다. 다른 새섬들에 비해 못해주기는 싫었다.

그렇게 개강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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